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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전파하는 사회적기업 상품들_배한호 박사 소개됨
2012.03.02 다움 2897
 
쓸수록 가치가 늘어나는 상품

[쿨머니, 소비의 윤리]<11-1>가치를 전파하는 사회적기업 상품들

머니투데이 유보라 이선영 이로운닷넷 에디터 |입력 : 2011.12.24 06:00|

“엄마! 이거 별로 싸지도 않은데 왜 사오셨어요? 아이들 것 사오시지 마시고 엄마 옷이라도 한 벌 해 입으세요.”

김시은 씨는 오랜만에 집에 온 친정어머니가 사들고 온 아이들 학용품을 펼쳐보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친정어머니는 얼마 전엔 히말라야에서 생산한 커피를 들고 왔었다.

“이게 바로 공정무역 상품이라 안카나! 니는 그거 모르나, 공정무역 상품. 정직하고 착하게 만들고 파는 거니 품질도 좋고 기분도 좋다 안카나?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고 같이 어울려서 사는 건디 쪼매 비싸도 얼라들한테도 이런 제품이 있다는 것을 갈챠 주고 얼매나 좋노?”

김 씨는 옛 생각이 났다. 25여 년 전 동생이 병을 얻으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논 몇 마지기를 팔았다. 그래도 동생의 병원비가 급할 때면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농작물을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넘겨야 했다. 그 시절, 그의 부모는 피땀을 흘렸지만 그것이 가정을 풍족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주지 못했다.

'어쩌면 엄마도 옛날의 우리처럼 피와 땀의 정당한 대가를 얻지 못하는 이들이 안타까워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하고 계신 것일지도 몰라.'

2011년 윤리적 소비 공모전 수기 부문 입상자의 사연이다. 올해 공모전 응모자는 151명으로 지난해보다 60%가 늘었다.

공모전 주최자 중 한 곳인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의 김인선 회장은 "윤리적 소비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친환경, 공정무역 등 윤리적 소비 이슈에 관심 높고 기꺼이 제품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 제품은 일반제품과 달리 소비 자체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실천행동"이라며 "상품 자체로 일반인에게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쓰면 가치가 사라지는 일반 제품과 달리, 사회적 기업의 제품은 쓸수록 가치가 늘어난다. 사회에 기여한다.

◇경제 불평등 해소하는 공정무역 = 김 씨 어머니가 구매한 제품은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것들이다. 세계 공정무역기구(WFTO)는 "공정무역이란 생산자에게 공정한 가격(a fair price), 공정한 발언권(a fair say), 공정한 이익의 분배(a fair share & the profit)를 보장해주는 무역"이라고 설명한다. 공정무역은 이를 통해 생산지역과 소비지역, 생산자와 다국적 판매기업 사이의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 잡는다.

국내에선 행복한나눔, 바리의꿈,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아름다운가게, 카페티모르 같은 사회적 기업들이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한다.

재단법인 행복한나눔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행복한나눔의 공정무역커피는 멕시코 치아파스의 오래된 공정무역조합 ‘마야비닉’에서 생산했다. 이곳은 IMO유기농인증과 FLO공정무역인증을 둘 다 받았다. 수익은 북한·아프리카 등 저개발지역에서 기아로 고통을 겪는 아이들에게 쓰인다.

동북아평화연대가 만든 사회적 기업 바리의꿈은 연해주 청정벌판에서 고려인들이 재배한 유기농 콩으로 청국장, 된장, 효모제품 '청시를 만들어 국내에 공급한다. 특히 한의학 박사 배한호 다움한의원장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청시는 변비·숙취·민감한 장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제품 수익은 연해주 고려인들의 자활 지원에 쓰인다.

사회적 기업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패션브랜드 ‘그루(g:ru)’는 소재의 느낌을 잘 살린 세련된 디자인으로 국내 슬로우 패션(Slow Fashion)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그루는 유기농 면, 울 등 천연 섬유를 천연염료로 염색하고 손으로 제작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루 제품 구매는 방글라데시, 인도 등 아시아 여성에게 자부심을 주는 일자리를 늘린다.


◇꿈과 일자리를 만드는 상품 = 일자리가 만드는 건 월급만은 아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 자부심과 보람을 얻는다. 사회적 기업 중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 곳도 있다.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들이다.

위누는 공예작가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공예작가한테 일자리와 함께 전시 등 창작활동 지속을 위한 동기도 준다. 위누는 작가별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게 독특하다. 인형 브랜드 '마망베베', 목도리 '박스데이' 등 DIY(Do it your self) 제품의 인기가 높다. 특히 '박스데이'는 2008년 모 오픈마켓의 크리스마스 선물 분야, 남자친구 선물 분야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북 경주 시니어클럽에선 '할머니 파티셰'들이 모여 일한다. 이들이 "내 손자 먹일 마음"으로 굽는 '서라벌 찰보리빵’은 경주산 무농약 찰보리 분말과 1등급 생우유, 유정란을 쓴다. 향은 천연 바닐라 향으로 냈다. 방부제나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아 아이, 노인, 소화 잘되는 간식을 찾는 사람들한테 인기가 높다.

사회적 기업 좋은세상베이커리에선 패자부활전이 벌어지고 있다. 재외동포·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이 제빵 교육을 받으면서 경력을 쌓고 있다. 자신의 가게를 만들어 독립하겠다는 직원한테는 창업도 지원한다. 신라호텔 제과장 출신으로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박종철 제과장이 쌀 케이크와 각종 과자·초콜릿을 만들면서 취약계층을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고 있다.

◇장애속 숨은 재능 발굴하기 = 장애 때문에 가려져 있던 재능을 발굴해 키우는 곳들도 있다. 장애인 일자리사업장 셈크래프트에서 장애인은 장인(匠人)이 된다. 지적장애인이 대부분인 이곳의 '장인'들은 로즈오일·코코넛오일·올리브오일 등 천연재료를 정확히 배합하고 정교히 포장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새로 들어오는 직원의 면접, 교육까지 해낸다. 8주 이상 숙성시킨 셈크래프트 천연비누는 좋은 성분으로 피부나 탈모에 고민이 많은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은평 천사원의 장애인일자리사업장 누야하우스는 창의적 디자인과 품질로 인기가 높다. 크리스마스 트리·케이크·계란·도넛 등 디자인비누는 실물 같이 정교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각종 기념일에 잘 팔린다. 보습력 높은 세안비누, 천연 화장품은 공동브랜드 ‘아인미(I IN 美)’는 고객들한테 "피부에 밥을 주는 느낌"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아인미는 김포시 애호보호작업장, 안산의 빛과 둥지, 서울시 노원구의 가브리엘 작업장 및 특수학교 등 총 10개 작업장이 공동 생산하는 브랜드다.

제주도 사회적 기업 평화의마을이 만든 '제주맘'은 독일 정통 소시지의 맛을 좋아하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소시지의 본고장 독일에 공장장을 파견해 노하우를 전수 받아온 덕분이다. 청정지역 제주도에서 키운 돼지고기와 채소를 원료로 쓰되, 아질산나트륨 등 화학첨가물이나 방부제는 넣지 않았다. 세련된 맛과 포장으로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장애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밀 수제쿠키로 유명한 위캔 역시 장애인 직원들이 만들고 있다. 100% 우리 밀에 유정란 등 최고급 재료로 반죽해 어느 누구보다 꼼꼼한 직원이 그날그날 정성을 다해 쿠키를 굽는다. 위캔, 평화의마을 모두 ISO22000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뜻만 착한 게 아니라 품질도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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