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당뇨병 관리에 있어서 식이요법이란 ‘ADA 식이요법’ (미국당뇨병협회(American Diabetic Association, ADA)의 권장사항에 따른 식이요법)을 말합니다. 대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당뇨병 교실에서 교육하는 식이요법이 이것입니다. 그런데 임상에서 그 교육효과는 사실 미미합니다.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당뇨병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ADA 식이요법’과 ‘현미채식 식이요법’이 당화혈색소(HbA1C)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평가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결과가 몇 편 발표되었습니다. 당화혈색소란 당뇨병환자에서 장기적으로 혈당이 얼마나 잘 관리되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혈당수치(BST)와 마찬가지로 당뇨병 관리에 있어 중요한 지표입니다. 2009년도 영양학분야에서는 가장 좋은 저널 중 하나인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지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ADA 식이요법’군보다 ‘현미채식 식이요법’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당화혈색소가 감소한 것으로 나옵니다. 당화혈색소가 감소한다는 것은 당뇨병이 호전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주 연구자는 미국의 조지워싱턴(George Washington)대학의 닐 버나드(Neal Barnard)박사입니다. 저번 칼럼에 소개드린 PCRM(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책임있는 의사회)을 창립한 교수입니다.

실천하기 간단한 ‘현미채식 식이요법’이 실천하기 복잡한 ‘ADA 식이요법’보다 당뇨병 관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임상에서 ‘ADA 식이요법’은 칼로리를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이 항상 배가 고프고 또한 따라하기가 불편하고 복잡합니다. 그런데 ‘현미채식 식이요법’은 양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고 종류로 조절을 합니다. 그냥 현미잡곡밥을 실컷 먹도록 두고 다만 육류를 가급적 줄이도록 하는 식이요법입니다.

현미는 미강이 붙어 있는 쌀입니다. 미강(米糠)은 우리말로 쉽게 말하면 ‘쌀겨’를 말합니다.

쌀 영양의 95%이상이 미강에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백미는 미강을 도정해 벗겨낸 쌀의 안쪽 부분입니다. 우리는 영양소 5%짜리 쌀밥으로 속을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옛사람들이 어찌 그것을 알았는지 한자에도 드러나 있습니다. 한자 중 찌꺼기 박(粕)은 쌀 미(米)에 흰 백(白)을 붙였습니다. 즉, ‘흰 쌀 같은 것은 찌꺼기’라는 뜻이 들어있는 셈입니다.

겨 강(糠)은 쌀 미(米)에 편안할 강(康)을 붙였습니다. 건강한 쌀, 먹으면 몸이 편안한 쌀이란 뜻입니다. 현미 미강부분의 섬유질은 당분의 과다한 흡수를 늦춰주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실 그냥 현미밥보다는 현미잡곡밥이 더 몸에 좋습니다. 더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미와 잡곡의 비율은 5대 5, 6대 4, 7대 3 다 좋습니다. 잡곡은 조·수수·기장·콩·보리·율무 같은 것입니다.

한가지 유념할 것은 현미는 맵쌀현미를 써야한다는 겁니다. 맵살현미는 중성(中性)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나 찹쌀현미는 한성(寒性)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먹으면 몸이 냉(冷)체질로 바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