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산은 수용성비타민인 B군에 속하는 비타민입니다. 녹색 잎을 가진 채소에 많다고 잎엽( 葉)자를 써서 엽산(葉酸)이라고 부릅니다. 녹색잎을 가진 채소 외에도 콩이나 과일 동물의 간에도 많습니다. 엽산은 유전정보를 담고있는 DNA 합성에 필수적인 성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포가 왕성하게 분열을 하는 시기에는 엽산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임신시기에 엽산이 부족하면 신경관결손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임산부들에게 엽산은 무조건 복용해야만 하는 약으로 인식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엽산 과다복용과 관련된 문제점이 서서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암(Cancer)의 경우 엽산은 양측효과(Dual effect)가 있다고 봅니다. 암이 처음 시작되는 단계에서는 엽산이 암예방의 효과가 있으나 이미 암세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엽산이 오히려 암으로 진행하는데 도와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원천봉쇄라는 걸 훨씬 더 좋아하고 그것이 뭔가 더 근본적인 대책인 것 같이 생각합니다만 우리 몸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암세포가 생기고 이를 우리가 가진 면역체계로 없애고 또 생기면 없애고 하는.. 물고 물리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예방이라는 것이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는 그럴듯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생명현상이 가진 기본 시스템상 현실에서는 그 단계에서 예방이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봅니다. 거기에 비하면 하나의 암세포라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실제 상황에서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게다가 과다한 엽산은 면역기능을 교란시킨다든가 인지기능을 저하시킨다든가 하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엽산은 단순히 신경관결손의 예방이라는 측면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매우 중요한 성분입니다.

후생유전학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전통유전학에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자체에 관심이 있지만 후생유전학에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자체보다는 유전자의 발현에 관심이 있습니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100%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 발현양상에 따라서 완전히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인데 ‘유전자발현’이 달라져서, 태어나보니 한 사람은 장동건, 한 사람은 김수로가 되는 겁니다.

후생유전학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생명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가교역할의 학문입니다.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결국 매우 다양한 환경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환경 요인 중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제일 중요한 것 두 가지가 바로 “음식”과 “화학물질” 입니다. 유전자가 100% 동일한 쥐를 임신시켜놓고 어미쥐에게 어떤 음식을 주었느냐,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시켰느냐에 따라서 쥐의 외모가 달라지고 나중에 자라면서 암, 당뇨병,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할 위험까지 달라지는 것이 바로 후생유전학입니다.

음식 중에는 특히 엽산과 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영양소들이 이러한 유전자발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이들 영양소는 유전자 발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유전자의 메칠화(Methylation)에 직접 관여하는 종류들입니다.

최근 중요한 이론 중 하나가 다양한 영양성분들간의 자연스런 밸런스(균형)입니다. 엽산은 유전자 발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만 그 기전을 보면 엽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영양소들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들 중 엽산만을 골라서 보충제로 과다복용을 하게 되면 당연히 밸런스의 파괴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평소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칫 부족하게 되기 쉬운 비타민 B12수치에 비하여 엽산치가 너무 높아지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엽산보충제를 보면 이런 저런 다른 성분들을 같이 섞어놓기도 합니다만, 연구자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코 인공적으로 그 밸런스를 최적화할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래 다른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가지고 있었던 그 밸런스를 우리가 그대로 먹는 방법입니다.

2009년 임신시 엽산보충제를 먹은 엄마들한테서 태어난 아이들이 어린시절에 천식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보고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1년 후 다른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자료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보고합니다. 역학연구가 가진 속성상 아마 결론없이 이런 공방이 지루하게 계속 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면 지금의 철분제처럼, 그 때는 임신때 엽산보충제를 먹어야만 하는 것은 어느새 아무도 거부하지 못하는 진실이 되어 버립니다.

엽산부족을 예방하기 위하여서는 “엽산이 많이 든 음식을 충분히 먹는 것”, 이것이 가장 과학적인 결론입니다.

(도움말: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이덕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