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많이 드시죠? 최근 들어서 비타민C를 비롯한 항산화제를 복용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습니다만, 과연 몸에 좋은 것일까요? 흔히 우리는 ‘약방의 감초’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자주 사용하거나 많이 만나게되는 물건이나 사람에 이 표현을 쓰게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감초는 다양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자주, 많이, 함부로 쓸 수있는 약재가 아닙니다. 감초는 특히 신장이 안좋은 환자분들에게는 상당한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어서, 한약의 전문가인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 후에 처방을 받아서 복용해야합니다. 민간요법처럼 집에서 달여서 수시로 복용하셨다가는 큰일납니다. 그러면 비타민 C를 비롯한 항산화제는 어떨까요? 아무리 먹어도 안전할까요? 과연 생각한 만큼의 효과가 있을까요?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은 대개 혈중 활성화된 철분(redox active iron)이 많습니다. 이 환자들이 비타민 C를 보충제로 먹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습니다. 다양한 연구를 종합해보면,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이 비타민 C를 보충제로 섭취한 경우 향후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할 위험이 2~3배정도 증가합니다. 그렇지만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먹는 비타민 C는 괜찮다고 합니다. 또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은 보충제로 먹으나 안 먹으나 건강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대개 만성퇴행성질환은 거의 대부분 만성염증성질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제를 복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거나, 혹은 건강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간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궁극적으로 활성화된 철분과 만나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하게 됩니다.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노년기에는 더욱 안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우리 체내의 모든 생리반응속도가 저하되기 때문에 생성되는 활성화된 철분에 대하여 우리 몸이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속도가 떨어지고, 따라서 비타민 C와 같은 항산화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활성화된 철분과 만나 더욱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하게 됩니다.

2007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의학저널인 JAMA에 덴마크연구팀이 그 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하여 시행된 항산화비타민 보충제에 대한 68건의 무작위임상실험연구 결과 전체를 종합하여 발표하였습니다. 베타카로틴, 비타민 A, 비타민 E을 복용한 군은 오히려 사망률이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셀레늄이나 비타민 C는 특별히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는 결과를 발표해서 일대 파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연구자들 소속이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소속이라서 일명 코펜하겐쇼크라고 부르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 몸이 가졌던 정교한 항산화시스템도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지면 외부에서 공급되는 항산화물질이 젊을 때보다 더욱 더 중요해진다고 하죠. 그렇지만 한 두 가지 항산화물질에 초점을 맞춘 보충제형태의 대량 공급은 오히려 다양한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에 근거하여 현재 알고 있는 여러 가지 항산화물질을 이리저리 섞어서 복합제로 만들어서 복용한다고 해도 결국은 마찬가지로 다양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거나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균형잡힌 항산화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다른 생명체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먹는 것이, 인간이 실험실과 공장에서 만들어낸 어떠한 항산화비타민 보충제보다 더 우수할 것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식물은 위험이 닥쳤다고 해도 자기 마음대로 몸을 피할 수 없는 생명체로써 자신을 외부에서 공격해오는 미생물들과 싸우면서 전 생애 동안 활성산소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환경 요인 중 하나인 강력한 자외선 속에서 생존하면서 번식하여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가장 효율적이고 정교한 항산화시스템을 발달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 그대로 있는 것 그대로 통째로 먹는 것만이 정답니다. 우리는 이것을 현미채식이라 부릅니다.

생물학에서 유명한 명제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부분의 합이 전체가 아니다. 세포의 합이 조직이 아니며, 조직의 합이 장기가 아니며, 장기의 합이 생명체가 아니다.” 음식이란 것도 살아 생전에는 우리와 똑같이 이 지구상에 존재했었던 하나의 생명체로서 영양소의 단순한 합이 결코 음식이 아니라는 건 너무 당연할 것입니다.

약방의 감초가 함부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듯이 비타민 C를 비롯한 항산화제도 과용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도움말 경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덕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