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침향

사향 침향 용연향을 일컬어 흔히 세계3대 향이라고 합니다. 그 중 사향과 침향은 진귀한 한약으로 그 명성이 높으며, 예로부터 귀족과 양반들만 주로 소유하고 사용했으며, 특히 침향은 왕과 왕족만이 소유와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조선말 구군대가 신군대를 비롯한 민씨일가의 폭정에 항거하여 들고일어난 임오군란 당시, 폭정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체포되고 사형당한 일부 민씨일가의 경우 그들의 자택 또한 방화로 전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화에 의해 불이난 민씨일가의 집에서 좋은 향내가 진동하여 한양일대가 한동한 향기로왔다고 합니다. 창고에 보관중이였던 사향과 침향이 불태워진 겁니다. 이번호에서는 역사 속 침향이야기를 엮어봅니다.

신라 헌덕왕은 왕명으로 진골계급을 포함하여 귀족의 침향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선포하였습니다. 이는 귀족들이 귀중한 수입품인 침향을 앞다투어 사치품으로 사용하고 있어 공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였습니다.

고려 의종왕 때에는 송나라 황제의 사신이 고려에 와서 금합, 은합에 침향을 가득 담아 바쳤다고 합니다. 당시는 송과 금 간에 전쟁이 일어나서 송나라가 고려를 우방으로 만들기 위해 귀중한 선물을 자주 보내올 때였고 침향은 그 중에서 최고의 선물이였던 겁니다.

조선국왕이 즉위할 때면 중국에서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물품을 보내오는데, 반드시 침향으로 만든 침향공예품 등을 포함하였다고합니다.

특히 세종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진귀한 약재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침향은 중국에서도 쉽게 구하지 못한다. 그리고 왜인들 역시 멀리 다른 나라에서 구하여 오는 것이니 비록 갑절을 주더라도 좋으니 예조에서 이를 의논하라.”라고 따론 언급하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침향정(沈香亭)이란 정자가 있습니다. 현종이 양귀비를 얻은 후, 정사를 보던 정자의 이름입니다. 당대 최고의 권력가인 현종이 극도로 사랑하던 양귀비를 위해 지은 최고의 선물이 침향으로 지은 침향정인 겁니다.

일본의 강호막부를 창건한 덕천가강는 침향을 수집하는데 열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서기 1606년에 그는 침향 중에서도 상품인 가남향을 수집하기 위하여 동남아시아의 여러 왕들에게 서신까지 보냈습니다.

불가에서 특히 침향은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법화경에서 침향은 하늘의 꽃비로 묘사됐고, 하늘나라 최고의 향으로 칭송되었습니다. 침향은 가장 중용한 복장 공양물입니다. 불상은 조성을 마친 후 복장의식과 점안식을 행함으로써 비로소 경배의 대상으로 인정되고 예불을 받게 되는데, 이때 침향은 복장의 가장 높은 곳이나 명치 부분에 안치하게 됩니다.

실례로 신라시대에 조성된 해인사의 법보전 비로자나불은 서기883년에 조성된 신라시대의 목불로 현존 최고의 목조불상으로 밝혀졌는데, 지난 2005년 개금시에 복장물에서 침향이 발견돼 화제를 모은 일이 있습니다. 천 년을 넘는 시간에도 복장물은 하나도 상함이 없이 보존이 잘되어 있었습니다. 침향의 효과 때문입니다.

신약에는 니고데모가 돌아가신 예수를 위하여 유향과 몰약에 침향을 섞어서 염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침향은 몇백년의 세월을 거쳐 만들어지고, 그 자체로 천년의 세월동안 변하지 않으며 각 시대의 왕과 귀족들 예수와 부처에 이르기까지 그 존귀함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단 하나뿐이 영물이었던 겁니다.

침향은 일정 온도(체온) 이상이 되면 기를 발하여, 몸의 기를 내려주고, 막힌 곳을 뚫어주고, 기의 순환을 원활히 해주고, 사기(邪氣)를 몰아내고, 나쁜 균을 없애줍니다.

침향이 발하는 기는 상온에서는 거의 미미한데, 체내에 들어오면 인체의 온도에 의해서 활성화되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침향은 체내로 들어오면 우선 인체의 상부인 폐에서부터 아래로 조금씩 내려가며 막힌 혈자리를 다 풀어주게 됩니다. 따라서 위염이나 식체 증상이 자주 있는 사람은 침향을 복용하게 되면 명치끝이 뻐근하며 아프기도 합니다. 침향의 대표적 효능은 하기(下氣)시키는 작용입니다. 하기란 기운을 가라앉혀주는 겁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범람하는 전자파로 기운이 항상 상기(上氣)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침향은 그 모든 상기증을 치료할 수 있는 현대의 명약이기도 합니다.

하기(下氣)는 곧 하심(下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