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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칼럼-어머니가 다려주시던 보약한첩이 생각나는 까닭은?
2007.06.11 다움 2468
 
어머니가 다려주시던 보약한첩이 생각나는 까닭은?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고 있다. 일교차가 심하게 생기는 시기에는 풍(風)이 많이 발생한다.
낮과 밤의 온도차이로 인해 한열(寒熱)의 차이가 발생하면 그로 인해 바람이 일게 된다.
바람은 비단 기후에만 발생하는 것이아니라 인체내에서도 발생하게 된다.

중풍(뇌졸중)이나 와사풍(구안와사)이 이시기에 다발하게되는 이유이다.
중풍은 대뇌의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온것으로 사람을 반신불수로 만들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목숨도 앗아간다.
와사풍은 말초신경계에 문제가 온것으로 외관상 입과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어서
일면 심각하게 보이기는하나 크게 걱정하지않아도 된다.

한의학고전인 난경에 ‘형한음냉(형한음냉)이면 폐를 상한다’는 말이 있다.
‘형한’이란 형체(인체)가 한(찬기운)에 상한다는 것이고 음냉이란 찬음료를 마셔서 몸이 상한다는 말이다.
가을과 겨울에 밖으로 찬기운에 상하고 안으로 찬음료를 많이 마시면 폐가 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감기, 비염, 천식, 폐렴 등의 호흡기질환이 이시기에 다발하게되는 이유이다.

감기는 일주이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함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비염, 천식, 폐렴 등은 한번 걸리게 되면 고생함으로 조심해야한다.

사람들은 한약 하면 보약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예로부터 한약하면 보약으로, 일년에 한두번정도는 복용하는 것으로 여겨왔고,
소아청소년시기에 누구나 한 두 번쯤은 먹어보게된다.
우리아이 보약 한 첩, 녹용 한 첩 못먹여키웠다고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부모도 자주 보게된다.

필자도 어릴적 어머니가 소중히 보물다루듯 종이에 사서 가져오신 한약을 연탄아궁이에
옹기로 정성껏 다려 사발에 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은 약은 햇빛에 잘 말리신 후 다시 재탕을 해서 주시곤 했다.
당연하리만큼 별로 건강에 관심도 없던 어린시절 매좋다고 먹었으려나만은
애지중지 혹여 탈려나 혹여 물이 부족하려나 전전긍긍 몇시간 다리시던 어머니의 정성에
어린마음에도 감응되어 꾹 참고 먹곤 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계절은 대개 봄가을이 많았던 것 같다.
유독 봄가을에 한 번씩 한약을 지어오신 이유가 무얼까? 어린마음에도 궁금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한약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었느니 농약성분이 나왔느니 한약을 먹으면 간이 손상된다든지
하는 등의 보도를 쉽게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한약을 금덩이처럼 귀하게 여기는 시절도 풍요와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같다.

한약은 국내에서 농산물이나 식품으로도 유통되고 의약품으로도 유통된다.
농산물식품단계에서는 검사없이 편하게 누구나 구할 수있게 시중에 유통되어 탕제원,
건재한약방 하다못해 찜찔방의 사우나실 한쪽 구석도 차지하고 있고 여름이면 식당의
삼계탕에도 황기와 인삼으로 녹각으로 들어간 후 한방삼계탕이 된다.
그러나 의약품으로 유통되는 한약은 식약청의 허가를 맡은 규격제조업체에서
농약중금속잔류검사 및 다양한 검사를 거친 후 한의원에만 유통된다.

그러나 농산물단계에서 유통된 한약을 한의원이 아니 다른 곳에서 섭취한 후 배탈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건 한약의 문제가 되고 한약의 문제는 한의원의 문제가 되고
한의원의 문제는 한의사의 문제가 종종 되곤 한다.

한의원의 한약은 정부규격품으로 안전하며 그 재배기술과 가공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요즘 한약은 좋은 품질의 국산한약재 뿐만아니라 중국, 태국,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의
우수한 약재가 공급되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 품질이 뛰어나며, 한의원에서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한약은
그야말로 옛날 어머님이 달여주시던 보약, 그대로이다.

풍(風-중풍, 와사풍 등)과 한(寒-감기, 비염, 천식, 폐렴 등)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오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에게 특정시기에 찾아온다.
그건 인체의 면역역이 가장 약해진 사람에게, 기후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질때 찾아온다.
따라서 봄가을에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하에 처방되어 정성껏 다려진 한약은,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 미래의 건강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인 것이다.

봄가을에 여름겨울의 건강을 준비해 두었던 조상들의 지혜와 좋은 생활습관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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